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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로부터의 격리

Honestyauthor 2026. 5. 31. 17:02

ESSAY

제가 운동을 하는 건,
스트레스로부터 '격리'되기 위해서입니다

운동의 계기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사회생활 초기까지, 저는 운동과는 철저히 담을 쌓고 지낸 '운동 열등생'이었습니다. 언제나 운동 잘하는 친구들 틈에서 박수나 치던 들러리였고, 운동으로 주목받거나 칭찬을 들어본 기억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 제가 운동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직장생활 시절 동료와의 점심 식사 후 복귀 길에 들은 당혹스러운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OO 씨, 배 나왔네?"

그 말은 제게 무참함과 부끄러움을 안겼고, 그때서야 제 몸의 현실을 인식한 저는 바로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발걸음은 시간이 흐르며 뜻하지 않게 제게 선물을 주었습니다. 제 안에 단단한 자신감 덩어리를 심어준 것입니다.

이때의 자신감은 사실 유치하기 그지없는 자신감이었습니다. 쉽게 표현해 보면 어린 시절 태권도 도장에 등록해 띠의 색깔이 바뀔 때마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 태권도 배우는 아이야, 까불지 마!"라고 으스대던 아이의 그 천진하고도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한 번쯤 느껴 보셨으리라 추측해 봅니다.

하지만 이 '치기 어린 자신감'은 사회생활이라는 거친 파도를 넘는 저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나는 과거의 나보다, 그리고 경쟁하는 그 누구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강하다'는 믿음은 제 인생을 지탱하는 자존감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이후 전통 무술 '십팔기'를 5년 넘게 수련하며 제 자존감은 정점에 달했습니다. 제 한 몸과 소중한 가족을 외부의 무력으로부터 충분히 지키고 압도할 수 있다는 확신과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단단해진 몸은 제 삶의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었습니다.

물론, 수련 중에도 '운동 열등생'의 본능은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기본기를 익히는 속도는 옆의 초등학생보다 느렸고, 대련만 시작하면 1분을 못 버티고 입술이 시퍼렇게 질려 헐떡이기 일쑤였죠.

하지만 저는 그 후들거리는 다리와 터질 듯한 호흡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제가 앞선 글들에서 강조했던 '몰입의 황홀경'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운동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트레스로부터 완전히 '격리'되기 위해 운동합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순간, 뇌는 당장 숨을 쉬어야 한다는 생존 본능 외에 그 어떤 잡념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뇌의 모든 회로가 멈추고, 지독했던 스트레스가 끼어들 틈조차 사라지는 그 적막.

운동을 시작하고 몰입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찰나, 제가 가진 모든 고민은 하얗게 지워집니다.

"뛰어야 한다. 숨 쉬어야 한다. 아직은 포기하면 안 된다."

오직 이 본능적인 외침만이 제 온몸을 지배하며, 모든 에너지가 '나 자신'에게로 오롯이 집중됩니다. 이것이 제가 신체적 고통마저도 나를 지키는 가장 정직한 친구로 여기게 된 진짜 이유입니다.

어제의 통증을 견뎌낸 당신의 몸은 생각보다 훨씬 위대합니다.

내 몸의 강함을 느껴 보세요. 여러분은 나약하지 않습니다